백석/ 멧새소리

처마 끝에 명태明太를 말린다

명태明太는 꽁꽁 얼었다

명태明太는 길다랗고 파리한 물고긴데

꼬리에 길다란 고드름이 달렸다

해는 저물과 날은 다 가고 볕은 서러웁게 차갑다

나도 길다랗고 파리한 명태明太다

문門턱에 꽁꽁 얼어서

가슴에 길다란 고드름이 달렸다

 

 

 

 

 

-자아를 가슴에 고드름이 달린 꽁꽁 언 명태에 비유하고 있는 시다. 화려한 수사가 없이 시적 대상의 특징을 간명하게 말함으로써 독자의 시선을 끌어당긴다. 그 수법이 매우 흥미로운 시다. 여전히 연탄조의 감상주의적인 시를 쓰는 시인들이 즐비했던 1930년대에 이 시는 백석의 존재를 선명하게 부각시켰을 것이다. 또한 제목으로 내세운 '멧새소리'가 시 어디에도 나타나지 않고 그 연관성을 쉽게 파악할 수 없게 남겨둔 점도 백석다운 기법이다. (<백석 평전(안도현)>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