挹注百祥

중 📖 비행기는 평온했다. 식사를 마친 사람들은 불을 끈 채 잠이 들었다. 몇몇 사람은 책을 읽고 있었고, 몇몇 사람은 좌석 앞에 달린 모니터를 손가락으로 누르고 있었다. 몇 분 전에 사람이 죽은 비행기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고요함이 공기 중에 떠돌고 있었다. 중 📖 기억 편향이라는 게 있대. 유방암에 걸린 사람들은 자신이 고지방 식사를 자주 했다고 기억한다는 거야. 어렸을 때 뭘 먹었는지 자세하게 기억하는 사람이 대체 몇이나 되겠어. 기억이 그런 식으로 바뀌게 되는 거지. 📖 에코 플라스틱 개발 시기가 너무 늦었다고 한탄하는 사람들이 많다. 바다는 이미 오염되었고, 레이산앨버트로스를 비롯한 몇몇 새와 몇몇 거북과 몇몇 고래는 이미 멸종되었으며, 전 세계가 에코 플라스틱을 이용하기까지는 앞으로도 몇 ..

중 📖 에세이는 삶을 직시하지 않으면 쓰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본인의 삶이든, 타인의 삶이든, 우리를 둘러싼 세상이든, 괴로워도 바라봐야 한다. 도망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글로 만들려면 아주 오래 바라봐야 한다. 그래서 에세이는 용감한 문학이라고 생각한다. 시대에 따라 '생각이 가는 대로 써 내려간 글'을 뭐라고 부르든, 그것이 산문이든 수필이든 에세이든, 글에 담긴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 📖 마음이 하는 일은 뻔하다. 지나가다 보이는 빨랫감도 뻔하다. 뻔하지만 영원히 잡을 수 없는 것이 마음일지도 모른다. 중 📖 사는 것 다 똑같지 뭐, 하고 쉽게 말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삶을 지키기 위해 꼬물대는 방식이 각자 다르고, 각자 빛난다. 누구는 아침마다 화분을 볕이 잘 드는 베란다에 내놓고,..